어렸을 적부터 반짝이는 걸 좋아했다. 물건이든 장소든 일단 반짝이면 좋았다. 그래서 내가 널 좋아하게 됐나보다. 너는 누구보다 빛나니까. 찬란한 불빛이 가득한 곳보다 보석상자함에 있는 반짝이는 물건들 보다 과장해서 말하면 이 세상 빛나는 무엇보다 더 빛날 테니까. 그래서 빛나는 너를 좋아하게 됐다.
우리의 거리는
w. 도양(@DY1005_)
4월, 벚꽃잎은 흩날리고 자신의 몸보다 큰 교복을 입은 아이들은 하나둘씩 자신의 반의 줄을 찾아 간다. 그리고 나 역시 내 몸보다 큰 교복을 입고 줄을 찾아 선다. 새 학교, 새 학기 첫날이라 친구도 뭣도 없는 이곳에서 홀로 서서 내 몸보다 훨씬 크게 산 교복의 소매와 치마를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너무 크게 사버렸나 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당찬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나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는지 강당 안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당찬 발걸음이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은빛 머리카락 사이에 보이는 검은 머리카락, 별보다 빛나는 눈과 곱게 올라간 입술 그리고 자신의 체형에 맞게 잘 차려입은 교복. 어두운 전등 빛 사이로 빛나는 네가 보였다.
이 날이 너에게 첫 눈에 반한 그 날이다.
참으로 어여뻤고 반짝였다. 너는 마치 우주에 떠다니는 모든 별들을 모아둔 것만 같은 사람이었다. 스스로 밝게 빛나는 저 아이가 얼마나 내 가슴을 뛰게 했는지 아무도 모를 거다. 첫눈에 반해버린 나는 너에게 다가가고 싶었고 생각만 하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꽤 너의 가까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알고 보니 너와 같은 반이던 나였다. 반 안에서 평범한 반 친구 17 일 거 같은 나는 무엇을 해도 튀는 너를 자주 관찰하고 보았다. 너는 마치 향도 모양도 예쁜 꽃 같았고 너의 주변에는 벌 같은 아이들이 윙윙거리며 모여 있었다. 예쁜 꽃을 보면 몰려드는 벌 중 예쁜 꽃은 너이고 몰려드는 벌은 아이들이었다.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 몰려드는 벌 중에 나도 있었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나는 그 몰려드는 벌 하나 하지 못했다.
나는 예쁜 꽃을 가까이서 보고 싶지만 몰려있는 벌들이 무서워 다가가 보지도 못하는 어린아이 역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나는 그 역할이 맞는 거 같았다. 다가가기에는 벌보다도 못한 존재였고 그저 예쁜 꽃을 가까이서 보고 싶지만 벌에 찔릴까 겁 먹고 숨어있는 어린아이. 그게 나에게 딱 맞았다.
멀리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넓게 보면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인다더니 그게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더 뒤에서 너를 보면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너의 좋고 싫음이 딱 보여 좋았다. 그래서 말 한 번 걸지도 못하면서 보쿠토 코타로에게는 이런 말을 하지 말고 저런 행동을 하지 말자는 것을 알게 되었고 혹시라도 작은 일에도 부딪힐까 미리미리 피해왔다. 그런데 그걸 보쿠토 코타로 그 아이도 느꼈던 걸까? 말 한 번 걸지 않았던 그 애가 나에게 다가왔다.
"안녕!"
갑작스럽게 다가온 너에 아무 말 할 수가 없었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에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저 너를 올려다보기만 했다. 아무 말 없이 쳐다만 보는 나에게 너는 어색하지도 않는지 밝은 미소를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혹시 배구부 매니저 맡아줄 생각 없어?! 지금 우리가 매니저 엄청 급하게 구하고 있는데 저번에 보니까 배구에도 관심 있어 보이고 잘 해줄 거 같아서! 부담스러우면 안 받아줘도 돼!"
저렇게 이야기 하는데 너에게 약한 내가 어떻게 거부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겠다는 말도 못해보고 하겠다고 말해버린 나였다.
"응... 할게"
고맙다고 웃으며 다시 네 친구들에게 돌아가는 너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쳐다봤다. 이후부터는 부탁대로 매니저의 일을 시작했다. 바뀐 게 있다면 너와의 거리가 많이 가까워진 거다. 늘 멀리서 지켜보았는데 이제는 네가 한 발자국만 더 가까이와도 코가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바뀌었고 또 좋았다.
같이 등교를 하고 아침연습을 하는 너를 옆에서 챙기고 점심을 같이 먹고 네 공부를 도와주고 학교가 끝나고는 네 연습을 도와주고 종일 붙어있게 된 너와 나의 모습에 설렜고 두근거리는 가슴이 멈춰지지 않아서 멈출 수가 없어서 그저 너에게 내 심장 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만 가진 채로 네 옆을 지켰다.
3년을 네 옆에서 너를 지켰고 그 동안 네 옆에서 많이 웃고 울었다. 네가 웃으면 웃었고 울면 울었다. 네가 슬퍼하면 옆에서 너를 안아주지는 못해도 위로의 말 한 마디를 건네었고 내 위로 한마디에 고맙다고 웃으며 말하는 너를 보며 내 욕망은 점점 더 커져갔다. 하지만 그 욕망을 보여줄 수 없었다, 부끄러웠고 스스로가 자신의 욕망이 더럽다고 생각했으며 혹시라도 이 욕망을 내보였다 너를 이후에 보지 못할까 두려워 내가 내일 당장 죽더라도 이 욕망은 보여줄 수가 없었다.
스스로가 너를 좋아하는 마음을 누르고 눌렀고 눈치 없이 쿵쿵거리며 뛰는 심장을 퍽퍽 쳐대었고 어떨 때는 반짝이며 빛나는 네 옆에 있어도 되는 걸까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까지 고민했다. 3년 동안 네 옆에서 나는 이렇게 살았다. 좋아하는 마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멈추고 싶어도 멈춰지지 않는 이 마음을 어쩌겠는가. 그저 너를 좋아하게 된 내 잘못이라고 좋아하는 마음을 못 접는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단 한 번도 너를 탓한 적이 없었고 탓할 수도 없었다.
좋아하는 마음은 점점 커졌고 잘 때마다 네 꿈을 꾸는 날들이 늘어났고 너를 볼 때마다 뛰는 내 심장의 소리는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쿵쿵거리며 뛰었다. 또 한편으로는 너와 껴안고 입을 맞추는 꿈을 꾸는 나에게 스스로 이상하다고 친구를 두고 이런 꿈을 꾸면 안된다고 중얼거리며 이야기 했다.
이런 꿈을 꿀 때마다
"너는 정말 좋은 친구야!"
하는 보쿠토 코타로의 목소리가 내 머리에 울려 퍼졌다. 좋아하는 마음을 말하지 못하는 나의 처지를 불쌍해하는 동안 시간은 흘러 졸업식 날이 되었다. 마지막 날조차 좋은 친구라고 나에게 말하는 보쿠토 코타로의 꿈을 꾸며 일어났다. 아직 해도 뜨지 않아 어두컴컴한 방에서 곱게 걸러져 있는 나의 교복을 보며 나는 긴 생각에 빠졌다.
오늘이 마지막인데
너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인데
마지막인 만큼 사고 한 번 쳐봐도 되지 않을까
늘 비참하다 생각하고 숨겼던 이 마음을 네게 전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만화 속처럼 내 양쪽 귀에 똑같은 목소리지만 나를 뜯어 말리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부추기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환청인지 뭔지 구분도 할 힘이 나지 않아 멍하니 이야기를 들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 졸업식 날에 지각할 거냐며 잔소리 하는 부모님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준비했다.
평소보다 더 화장에 공을 들이고 교복을 깔끔하게 입었다. 평소 잘 뿌리지 않던 향수까지 뿌려봤다. 이제는 꽤 어른티가 나는 거 같은 내 모습에 만족하며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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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추운 바람이 불고 자신의 몸과 딱 맞는 교복을 입거나 어른처럼 사복을 입은 아이들이 하나둘씩 자신의 반의 줄을 찾아 간다. 그리고 나 역시 내 몸에 딱 맞는 교복을 입고 줄을 찾아 선다. 마지막 학교, 마지막 강당. 내 주위에 늘어난 좋은 사람들과 친구들의 사이에 서서 깔끔하게 입은 교복의 소매와 치마를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마지막으로 입는 교복이네 하고 있을 때 3년 전과 같은 당찬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강당 안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당찬 발걸음이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은빛 머리카락 사이에 보이는 검은 머리카락, 별보다 빛나는 눈과 곱게 올라간 입술 그리고 차분해진 분위기로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네가 어두운 전등 빛 사이로 반짝이는 빛을 내며 교단 위로 올라갔다.
왜인지 너를 보니 울컥하고 눈물이 나왔다. 조용히 서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나를 보며 친구들은 졸업 하기 싫어서 우는 거냐고 농담을 하며 달랬다. 졸업 하기가 싫냐고? 전혀다, 누구보다 더 졸업하고 싶었다 하지만 3년 전보다 반짝이는 너를 보니 눈물이 났고 졸업 후 네게 가까이 가지도 못할 내가 너무 싫어서 자꾸만 눈물이 났다. 마지막까지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나였다.
졸업식이 끝나고 모두가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울어서 번진 화장을 애써 고치고 네게 달려갔다. 새하얀 눈이 가득 깔린 운동장 한복판에 서 있는 너를 보며 네 이름을 외치며 뛰어갔다.
뛰면 뛸수록 목울대가 울렁거렸고 목구멍에는 큰 사탕이 걸린 듯 무언가 꽉 막혀있는 기분이었다. 나도 내 입에서 무슨 소리가 튀어 나갈지 몰라 무서워졌지만 그런데도 네게 가는 건 멈출 수 없었다.
네게 달려가는 내 소리가 들렸는지 뒤를 돌아보고 웃으며 양팔을 벌리는 너를 보고 꽉 막힌 거 같던 내 목에서 말 한 마디가 튀어 나갔다.
"좋아해...!"
내 이 말 한 마디를 듣고 너는 네 옆을 지키며 보았던 미소 중에 가장 밝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