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짝사랑의 과정
w. 달나라(@i_no_ri9027)
너를 배구부에서 처음 봤었을 때는 관심이 없었어.
그저 배구를 좋아하는 '배구 바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딱히 나랑은 상관없는 사람, 해봤자 그저 배구부원과 매니저 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다가 아주 우연히 네가 셋업하는 모습을 봤어.
분명 실패할 꺼라고 생각한 공을 넌 쪼그려 앉아서 허리의 힘으로 버티면서 셋업을 올리는 모습을 말이야.
넌 바로 일어나서 공격이 제대로 들어 갔는지 확인해.
그러다 우연히 나랑 눈이 마주치는 데, 네가 입 모양으로 "내 멋지제?"라고 말하는 걸 보고 처음으로 너에게 호기심과 호감이 생겼어.
그 후로 너를 계속해서 관찰했어.
생각보다 단 거를 싫어하거나, 교복을 불량하게 입을 줄 알았는데 넥타이까지 완벽하게 착용하고 온다던가. 눈웃음이 예쁘다던가, 세터라고 손 관리를 깔끔하게 하고 복숭아향 핸드크림을 사용하는 모습이라던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 생각보다 귀엽다..." 라고 나 혼자 중얼거렸어.
그 말을 하자마자 난 혼자 입을 막으며 속으로 '미쳤어...'라고 생각했어.
너무 혼란스러웠어.
분명 그저 배구부원과 매니저일 뿐이라고만 생각했어.
근데 네가 자꾸만 귀여워 보이고 자꾸만 눈이 너에게로만 향했어.
'내가 아츠무를 좋아하나... 아니아니야... 그럴리가...' 라고 생각했지만, 너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그 날 왠지 모르게 기분이 '두둥실'하고 떠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너를 좋아한다는 확신을 느꼈을 때가... 다른 애들이 "너 아츠무랑 사겨?"라고 물어 볼 때였어.
기분이 날아다니더라.
하지만 표정은 굳히고 "아니. 안 사겨, 그냥 배구부 매니저니까 자주 붙어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라고 대답했다.
그 날 확신했어, '아... 나 아츠무 좋아하는 구나...' 라고 말이야.
너로 인해 기분이 좋아지고 나빠지고를 반복했어.
아츠무 네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면 그 날은 하루 종일 너만 생각하고, 네가 다른 여자애들하고 잠깐 대화라도 하면 혼자 속으로 질투했어.
그리고 '그래... 나보다... 제가 더 이쁜데... 아츠무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라고 속으로 남과 나를 비교질도 했어.
그러다가도 네가 나한테 와서 "(-)아~~ 동아리가제이~" 이렇게 말하면서 내 팔을 잡아 끌어주면, 아까 비교질 했던 생각은 다 날아가 버렸어.
난 그럼 너에게 이끌리면서 "응! 가자"라고 하며, 체육관으로 갔어.
너무 행복했어.
네 얼굴만 봐도 좋고, 너랑 사적인 대화가 아니더라도 배구에 관한 이야기만 해도 좋았어, 너랑 대화하는 그 자체가 너무 좋아서,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어.
그리고 너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망상도 했고, 너랑 사귀면 어떻게 되는 걸까, 너랑 영화관 데이트랑 놀이공원도 가고 주말에는 가끔 만나서 카페 데이트도 가고 자기 전까지 통화하는 망상들을 종종 하곤 했어..
내가 네 옆에서 혼자 실실 웃자 아츠무 너는 물었어.
"니는 혼자 무신생각을 하실래? 그래 웃나?"
'너랑 데이트하는 상상, 우리사 사귀는 상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난 그저 "응? 그냥~ 기분이 좋아서~" 라고 대답했다.
아츠무는 그런 나를 보고 똑같이 웃으면서 "글나~ 기분 좋으면 다행이네~" 라고 말해줬어.
하지만 딱 거기까지 였어, 내 행복은 말이야.
난 성격이 적극적이지도... 그리고 너를 좋아하는 걸 들키면 친구로 라도 지낼 수 없으니까.
그리고 너는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게 보였거든.
그저 배구부 매니저니여서.. 잘해주는 거였으니까.
만약 내가 배구부 매니저가 아니었다면... 넌 분명 나랑 말도 섞지 않았을 테니까.
그걸 생각하니 한참을 우울해졌어.
그러다 보니 점점... 너를 생각할 수록 이어질 수 없다는 생각에 잠겨.. 혼자 우울의 늪에 빠지더라.
그러다가 오사무가 나를 불러.
복도로 나가보니 오사무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물었어.
"니... 츠무 좋아하나?"
단 한 번도 티 낸 적 없었는데... 오사무가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몰랐다.
나는 태연한 척 "아니? 나 안 좋아해."라고 대답했다.
오사무는 "그라나? 그럼 다행인디... 만약에라도 가... 좋아하지 말아라... 니가 힘들끼다"라는 말에 나는 "뭔 소리야. 내가 그 폐품을 좋아할 리가 없잖앜ㅋㅋ"
이 말을 들은 오사무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그랴~ 좀 따 체육관에서 보제이~"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며 자신의 반으로 사라졌다.
그때 나는 가슴을 손으로 쓸었다.
그리고 오사무가 왜... 아츠무를 좋아하지 말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아츠무를 향한 나의 마음은 계속 현재 진행형이었다.
내가 힘들어도... 아츠무가 너무 좋아서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정말 충격적인 소식을 아츠무의 입에서 듣게 되었다.
"(-)아~ 내... 좋아하는 사람이 있데이.."
아츠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니... 난 그 말을 들었을 때 희망을 붙잡았다.
'설마... 아츠무..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인거야?'라는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군데?"
나는 침은 삼켰다.
제발 아츠무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오길 빌고 빌었다.
아츠무는 조금 뜸 들이다가 말했다.
"내... 내 메이가 너무 좋타... 우야노... 갸만 보면 미치긋다.."
아츠무의 말에 드림주는 굳어버리고 부끄러워졌다.
자신만 아츠무를 좋아했다는 사실이 확정 나버리자 지금까지 했던 망상들, 아츠무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했던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거 처럼 내 감정을 꼭꼭 숨기고 아츠무를 보며 말했다.
"너라면 성공할 수 있어"라고 아츠무를 응원했다.
나의 응원에 아츠무는 신이 나서 "그라제? 그라제? 응원해줘서 고맙데이~"라고 말하는 너를 보면서 웃었어.
나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안 그러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서. 웃지 않으면 바로 흘러버릴 것만 같아서 억지로 웃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츠무 너는 신이 나서 메이에 대해서 떠들어.
난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줬어.
그렇게 대화를 하다가 집에 도착하자 마자 내 눈에선 눈물 한줄기가 흘렀어.
그걸 시작으로 눈에서는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나왔어.
닦아도 닦아도 계속해서 흘렀어.
너무 가슴 너무 아팠어..
나는 아츠무를 좋아한다. 하지만 아츠무는 아니다.
아츠무는 메이를 좋아한다. 하지만... 포기가 쉽게 되지 않는다.
좋아하는 마음이 아직 너무 커서 아츠무를 포기하는 게 쉽지 않다.
포기하지도 못하는 나를 보며 또 울었다.
내일 학교에 가서 아츠무를 보면 또 눈물이 나올꺼 같아서 그걸 생각하니 또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밤새 울다가 지쳐 잠이 들었어.
꿈속에 아츠무 네가 나왔어.
넌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저 앞으로 걸어갔어.
나는 그런 너의 뒤를 쫓았어. 하지만 거리가 가까워지지 않았어.
분명 넌 걷고 있고, 난 뛰어가는데 우리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어.
그러다 문뜩 네가 멈춰서서 뒤를 돌아봐.
나는 꿈속에서 가뿐 숨을 몰아쉬면서 아츠무 너를 바라봤어.
아츠무 너는 꿈속에서 내게 "메이야... 좋아한데이..." 라고 말했다.
나는 그 순간 꿈에서 깼다.
온 몸이 식은 땀 범벅이 었다.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천천히 숨을 쉬었다.
천천히 숨을 쉬니까 차가운 새벽 공기가 폐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천천히 정신이 들었다.
꿈은 마치 내게 '아츠무를 포기해'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아츠무는 뒤를 돌아 보지 않았고 마지막에 뒤를 돌았을 때는 메이를 불었으니까.
나는 생각했다.
아츠무를 못 잊으면, 내가 너무 힘들 꺼 같아서. 그래서... 포기하고 잊기로 했다.
아주 오래 걸리겠지만, 내 짝사랑을 포기할 때가 온 거 같다.
드림주는 그 후로 아츠무를 피했다.
피했다기 보다 교류를 줄이고 스나나 오사무 키타상이랑 주로 대화를 했다.
원래라면 아츠무랑 대화했을 시간을 다른 배구부원들이나 친구들에게로 돌렸다.
그렇게 아츠무를 포기했다.
사실 포기가 쉽지 않았다.
차라리 고백하고 차일까... 도 생각했지만 그럴 용기도 없고, 아프지만 친구로 남고 싶었던 드림주의 최후의 선택이었다.
포기하기의 과정은 짝사랑 보다 훨씬 길었다.
3학년 졸업 시즌이 다 돼가서 나는 아츠무를 겨우 포기했다.
아츠무는 메이에게 고백하고 서로 잘 사귀다가 어느 평범한 연인들 처럼 평범하게 헤어졌다.
그렇게 나의 짝사랑이 끝났다.
너무 아파서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짝사랑.
N년 후
TV 속에서 해설자들의 목소리가 한참을 오가고 있다.
블랙자칼 대 애들러스의 경기 생중계방송.
사실 졸업한 이후로 배구만 보면 아츠무가 생각나서 배구를 보지 않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츠무와도 연락이 끊어졌다.
오랜만에 보는 배구에 드림주는 자기도 모르게 신이 났다.
오랜만에 집중해서 보던 도중 블랙자칼 쪽에서 세터를 바꿨다.
"아아 드디어 나오는 건가요? 미야 아츠무 선수. 이번시즌에 블랙자칼에서 데뷔하는 신인 세터입니다."
"네. 그러고 보니 미야 선수는 이미 고교 시절 때 부 터 화려한 플레이로 유스에서도 눈여겨 보는 선수 였죠?"
드림주는 해설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저. TV 속에 나오는 아츠무만 바라볼 뿐이었다.
분명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츠무를 보니 다시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아츠무의 서브.
고교 시절보다 더 강렬한 서브를 날렸다.
아츠무의 머리색이 더 밝아 졌다.
그러고 보니 졸업 때 얼핏 들은 걸로는 밝은 색으로 염색을 한다고 했는데.
그게 백금발이였을 줄은 몰랐다.
드림주는 자신도 모르게 그 경기에서 아츠무만 바라봤다.
경기가 끝나고 드림주는 자신도 모르게 아츠무만 바라봤다는 걸 알고 웃었다.
"나 진짜... 웃기네.. 포기했다면서... 나도 모르게..."
드림주는 더는 말하지 않고 TV를 끄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간 드림주는 휴대폰을 켜서 카톡을 들어갔다.
검색창에 '미야' 라고 검색하니 오사무와 아츠무가 나왔다.
드림주는 한참을 아츠무 이름에 손가락을 올려두고 고민하다가 결국 핸드폰을 꺼서 멀리 던졌다.
미련이 남아서... 혹시 지금이라면 모를까 싶어서... 그런 마음이 있었지만, 짝사랑을 또 하면 또 아플까 봐.
그게 겁이 나서 드림주는 그냥 포기했다.
"이젠... 진짜 포기..." 라고 중얼거리며 잠자리에 들었다.

